Open AI의 CEO 경질 사건은 아마도 테크 업계에서 벌어진 근 10년 이내 사건 중 가장 대형 이슈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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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짤렸나.. 누가 짤랐나.. 짤린 후에는 어떻게 되나.. 새 회사가 생기나.. 등등 정말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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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알게 된 건 일리야 수츠케버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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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샘 알트먼을 축출한 핵심인물이라는 얘기가 많은데 이 사람의 히스토리를 찾아보니 샘과는 반대편에 있을 만한 사람이란 생각이 확실히 들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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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물증은 없다. 범죄가 아니니 딱히 이게 문제될 것도 아니다.
다만.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은 AGI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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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즉. 범용인공지능에 대한 견해 차이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인데.. 이 AGI가 어느 수준에 도달했길래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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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적으로 오해하지 말것은 AGI가 일으킨 사고가 아니라 AGI를 둘러싼 경영진과 이사회의 갈등이라는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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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구글을 떠난 유명한 AI 연구자 제프리 힌턴은 회사를 떠나며 자신의 지난 모든 업적을 후회한다는 발언을 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할 경우를 전제했지만 그는 사실상 AGI가 이미 나온거나 다름없다고 했고 이를 제한하고 제재 할 근거나 법이나 조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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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질 사건의 주축으로 보이는 일리야 수츠케버는 바로 그 제프리 힌턴 박사의 수제자다. 조금만 더 알아보자면.. 구글의 텐서플로우와 알파고를 만든 핵심 인력 중 하나고 Open AI를 만들 때 일론 머스크가 가장 공을 들여서 구글에서 빼낸 핵심 인력 중에 핵심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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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테슬라의 비전 AI를 총괄한 안드레 카파시 역시 제프리 힌턴 박사의 제자다. 그도 현재 Open AI의 멤버로 일하고 있고 AGI 개발에 관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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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 추가 하자면 페이스북, 메타에서 AI팀을 이끌고 있는 얀 르쿤이 있다. 그 또한 제프리 힌턴 박사 밑에서 수학한 사람이다. (다만 그는 AGI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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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봐도 AI산업에 있어서 제프리 힌턴 박사의 영향력이 어느정도 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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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들을 이렇게 쭈욱 나열한 것은 제프리 힌턴의 제자들이 현재 한결같이 AI산업의 최전선에 있다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최전선에 있는 Open AI에서 얼마전 AGI를 실험했다가 폐기한지 얼마지나지 않아.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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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야 수츠케버는 스승 제프리 힌턴과 마찬가지로 범용인공지능을 매우 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자기 손으로 만들게 될 확율이 높은 이 물건이 인류에게 득이 될지.. 인류를 망가트릴지.. 아직 알 수 없는 지금 자본에 휩쓸려 마구 달려가는 모습을 원하지 않은 것 만큼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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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야 수츠케버 입장에서 월드코인 프로젝트와 같이 이미 돈을 쫒는 것이 명백한 샘 알트먼의 행보를 볼 때 이 인류를 위한 Open AI 라는 곳의 대의를 더 이상 맡기긴 힘들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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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힌턴이나 일리야 수츠케버 같은 연구자들은 이미 삶에서 돈이 문제가 아닌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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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틀만에 다시 샘 알트먼이 경영에 복귀할 수 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실은 돈이 대의를 이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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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가 대체 어느 수준에 이르렀길래 이 정점의 사람들이 이런 일을 벌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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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는 정말로 멀지 않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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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르쿤의 의견처럼 AGI는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 것이고.. 인류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물건인데 괜히 들 호들갑 떠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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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요즘은 비타민 전도사 정도로 그 이미지가 좀 퇴색한 구글의 또 다른 천재 엔지니어 레이 커즈와일을 떠올릴 필요가 있는데.. 그는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AGI가 2045년 쯤이면 출현할 것이라고 이미 "예언"을 남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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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즈와일은 주술사가 아니다. 그는 공학자이자 엔지니어다. 철저하게 계산된 공학에 의해서 앞으로 나올 기술들의 로드맵을 읇어준 것이지 없는 무언가를 계시받아 대언하는 프로퍼시가 아님을 기억하고 지금을 다시 살펴 보자면.. 이제 2045년까지 12년 남았고.. 당시 그의 예상은 지금처럼 MS가 참전해서 막대한 cpu 와 클라우드 파워를 AI에게 제공하지 않은 예상이었음을 감안할 때.. 그 시점이 당겨질 것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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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핵폭탄을 만든 오펜하이머 박사의 후회가 제프리 힌튼과 일리야 수츠케버에게서 느껴진다면 오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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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우리는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핵의 위력 덕분에 역설적으로 가장 전쟁이 적고 평화로운 70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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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는 다시 인류에게 그런 시절을 가져다 줄 것인가? 아니면 가짜 뉴스와 확인 불가능한 영상들을 양산하여 더욱 극심한 혐오와 대립만을 가중시켜 인류를 극단으로 치닫게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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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얼토당토 않아 보이는 발언들을 이 사건과 연결해 복기해 보니.. 마냥 쉽게 넘어갈 일은 아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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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AI는 분명 규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