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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1945~2022년까지 한국, 일본, 대만의 일인당 GDP 변화

페친 김두얼 교수님이 올리신 GDP 그래프를 "핵심산업의 변화" 라는 관점으로 해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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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 일본, 대만 3국의 일인당 G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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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세계대전에 일본이 폐망한 직후 자동으로 독립된 대만과 대한민국과 일본을 비교한 그래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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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이 그래프를 보자 마자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1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독일이 단기간에 2차 세계대전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로 생산기지가 타격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이 그래프의 초반부가 그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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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색선에 해당하는 일본을 보면 60년대부터 3국 중 혼자 GDP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본은 전쟁 후 미국에게 절대 복종을 약속하면서 냉전시대 소련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한 전초기지의 역할을 부여 받았다. 미국과 멀리 떨어져 있었던 덕분에 일본 본토 또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같은 시골 두곳에 핵이 떨어진 걸 제외하면 별다른 연합군의 공습도 거의 없었다. 이 핵 공습을 시작으로 전 국토가 공습을 받았으면 모르겠는데.. 그냥.. 어퍼컷 두방에 GG를 쳐버렸으니 일본의 산업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공장과 인력들이 별 탈없이 남아 있을 수 있었다. 물론 전쟁을 치르느라 한국과 대만, 필리핀, 만주 등 식민지로 삼았던 모든 지역의 자원을 쥐어짜서 피폐해져 있던 시기인지라 일본의 경제적 회복은 더딜 수 밖에 없었겠으나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일본은 다시금 경제가 발전하는 기반을 얻게 된다. 1960년대부터 일본의 GPD가 3개국 중 혼자 높이 위치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전쟁은 일본의 발전에 기폭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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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전이 시작되고 이후 냉전시기를 거치면서 일본은 1985~1995년까지 10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한다. 이때가 바로 일본의 버블경제시기다.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일본은 엄청난 엔저를 등에입고 10년에 이어진 대호황을 누렸다. 지금 일본의 해외 자산은 대부분 이 때 구축된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이 시기에 반도체 산업을 잃었다. 그 댓가로 21세기 반도체, AI로 대표되는 최첨단 IT 산업에서 일본의 입지는 없다시피 하다. 최근 일본의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이런 미래 성장 산업의 발전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 엔저에 의한 것임을 감안할 때 미래 핵심 산업의 본질 경쟁력이 개선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본의 GDP 성장이 오래 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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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색선에 해당하는 대만은 매우 꾸준하고 완만하게 성장을 이어왔음을 알 수 있다. 대만 성장의 기저에는 중국과 미국이 둘 다 있다. 부족한 인구와 내수 시장의 규모 때문에 폭발적인 모습을 보이진 못했지만 대만은 중국과 미국 일본, 한국 사이에서 전자부품 시장의 강자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 소비자에게 드러나는 1등 품목은 하나도 없지만 대만의 부품없이 만들어지는 전자제품 또한 단 하나도 없다. 그리고 그런 발전이 집약된 부분이 최근 TSMC의 성장으로 증명된 반도체다. TSMC는 반도체 중에서도 메모리가 아닌 파운드리 중심의 생산 회사다. 완제품을 만드는 곳이 아니다. 지정학 덕분에 지금 대만은 역대 유래없이 세계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데 중국도 대만의 반도체를 원하고 미국도 대만의 반도체를 지키려 한다. 2020년 이후 급격하게 성장하는 대만의 GDP는 대부분 TSMC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 이 양강의 가운데에서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을 장악한 대만의 꽃놀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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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선에 해당하는 대한민국은 그냥 그래프만 봐도 다이나믹하다. 딱 봐도 90년대 외환위기. 2010년 리먼사태 그리고 최근의 하락 등이 크게 요동치고 있는데 한국은 대만과 함께 일본을 대신해서 주요 공업국으로 성장하다가 반도체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하고 최근엔 여러 산업에 걸쳐서 1등 소비재들을 여럿 배출하면서 GDP 3만달러를 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다만 한국은 일본과 함께 그 성장이 확 꺽였음을 알 수 있다. 일단 반도체의 관점에서 한국은 메모리 강국이지 파운드리 강국이 아니다. 그간 스마트폰의 성장과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 덕분에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상승한 덕을 보았지만 최근 AI를 필두로 비메모리 반도체의 성장으로 시장의 수요가 넘어가는 과정에서 대만과의 경쟁에 충분한 준비와 대응을 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공업생산 능력에서 자동차와 선박, 가전에서 세계 1등 브랜드와 제품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파운드리 영역이 다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면 한국은 턴어라운드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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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하면 20세기는 공업국으로서 일본이 성장하였고, 반도체가 산업의 중심이 되면서 21세기 초반에 한국과 대만이 일본을 넘어서는 형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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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은 철저하게 부품산업 중심으로 경제가 이루어져 있다보니 소비자 경기가 약화되더라도 상대적으로 데미지가 덜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한국은 소비재 위주로 성장하다가 반도체가 더해지면서 급격한 성장을 겪었고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상태에 있으며, 일본은 미래 성장 산업을 잃고 제로 금리와 앞선 호황기 때 쌓아놓은 자산을 까먹으며 연명하고 있는 상태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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