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이 끝난 후 체제경쟁에서 승리한 미국과 서유럽은 제3세계로 자본주의를 이전시키기 시작했다. 제국주의시대와의 차이라면 그때는 기술이전이나 인프라 투자도 없이 그저 수탈하는게 전부였지만 이번엔 자국내에 있던 저부가가치 산업과 오염산업 그리고 제조업을 이들에게 넘기면서 기술이전과 장비이전, 투자 등등을 함께 해주면서 공급망을 다변화 시켰다.
이것이 바로 세계화의 실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세계화는 결과적으로 잠자던 중국을 깨웠고 이렇게 깨어난 중국은 세계화를 끝내고 블럭화 시대의 기폭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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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30년간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하며 글로벌 물가 상승을 낮추는데 큰 공헌을 했다. 추가로 13억명이나 되는 내수의 힘과 전세계로 공산품을 공급하기위해 전세계로부터 끌어온 엄청난 자원들 덕분에 생산국이면서 동시에 소비국으로서 모든 면에서 급격하게 미국을 위협하는 G2의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오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달러 패권을 위협하는 패트로 위엔 시대를 만드는 판을 짜고 일대일로, 아무거나 굴기라는 거대한 투자를 통해 미국을 밀어내고 패권국가가 되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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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제조업 회귀를 결정하고 특히 첨단 제조부문을 미국내로 다시 복귀시키는 대응을 한다. 문제는 이제까지 미국과 유럽은 나토라는 방위조약을 두고 마치 하나의 권역처럼 상호보완을 하며 전세계를 호령하였으나 중국이 그 사이를 비집고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으로 균열을 내는데 어느정도 성공을 했다는 것이다. 유커라고 부르는 관광인구를 이용해 유럽의 여러나라들의 경제에 영향을 끼치고 아프리카와 동남아에 일대일로를 통한 엄청난 차관 공세로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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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중국의 경제가 커지는 만큼 중국 역시 오르는 물가와 인건비를 헷징하기 위해 동남아를 넘어서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미국처럼 경공업과 오염산업들을 옮기는 선택을 하게 되면서 동남아와 아프리카의 저개발 국가들을 발전시키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는 정치적 목적 뿐 아니라 기업들의 순전한 이익 기반의 이합집산도 당연히 수반되고 여기에는 미국과 유럽의 자본도 합류하였다.
돈이 된다면 자본은 국적이든 체제든 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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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에 우리는 아프리카 가나에서 생산되는 빗자루와 다라이 같은 제품을 사용하는 시대를 살게 되었다. 아프리카는 더 이상 우리가 유니세프 영상으로만 접하던 기아에 허덕이는 검은 대륙이 아니다. 중국자본과 기술 기반의 트랜션 그룹 산하의 테크노와 같은 아프리카 지역에 특화된 스마트폰 제조기업도 가지고 있고 아프리카의 핀테크 산업은 중국 다음으로 빠르게 레거시 금융과 경쟁해 나가고 있다. 어느 나라건 자국의 경제가 성장하기 시작하면 소비가 늘어난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는 대륙내 54개 국가에 인구만 12억명에 이른다. 나이지리아, 이집트, 에티오피아, 콩고의 인구는 각각이 1억명이 넘는다. 지금 아프리카는 수출도 수출이지만 내수 대응하기도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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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숨을 돌려보면 미국과 서유럽이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 공급한 풍부한 유동성이 중국에서 펌핑되어 동남아와 인도를 거쳐 아프리카까지 발전시킨 샘이다.
인도, 중동, 남미까지 같은 로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렇게 각자 발전한 지역들이 온통 장미빛 전망으로 달려가는 도중에 세계는 코로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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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인구가 이동하며 서로의 필요를 채우다가 모든 국가의 국경이 닫혔다. 인력들 이동은 끊겼고 빈 여객기에는 화물이 가득실려 물자만 겨우 오간다. 모든 국가들이 이 과정에서 내수유지와 부양을 위해 돈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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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킨다. 푸틴이 단 3일이면 끝날 것이라 단언했던 이 전쟁은 2월 24일에 시작되어 이미 반년 넘게 진행 중이다.
우크라이나를 가운데 두고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는 이번 전쟁은 양측의 프로파간다로 인해 정확하게 어느쪽이 유리한지 어떻게 전쟁이 종식될지 여전히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태지만 대략 러시아는 유럽으로 갈 가스관을 잠그고 겨울을 버텨 유럽의 에너지난을 가중시켜 협상력을 얻는 방식의 엑시트 플랜을 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간결과지만 이 전쟁은 유럽에게 다시금 전쟁의 위험에 눈을 뜨게 만들었고 폴란드를 시작으로 독일까지 전 유럽의 재무장을 선언하게 만들었다. 특히 독일은 지난 30년간 국방비 지출을 극히 줄이면서 자국의 발전에 올인할 수 있었으나 하반기부터 당장 국방비 지출을 GDP의 2%까지 늘리기로 했고 전 유럽이 그간 1.5%에 머물던 국방비 지출을 당장 2%로 올리기로 하고 무장을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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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갑자기 눈에 띄지 않는 나라가 나타났으니.. 다시 중국이다. 이 세계 경제 블럭화를 초래한 당사자이자 온갖 굴기를 통해 패권국가가 되려하였으나 패권이라는 것의 본질은 결국 힘 그 자체인지라 군사력에 연동될 수 밖에 없는데 본진이 직접 나서지도 않은 미국의 무기들에게 전력을 다한 러시아의 무기들이 힘을 못쓰는 것을 보면서 대만침공의 고민을 한참 뒤로 미루는 중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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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는 이렇게 각자 발전에 바쁜 상태로 블럭화 되었다. 그리고 상호 영향이 줄어든 상태로 각 국가간 발전의 격차가 벌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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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여전히 넓고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