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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기후변화가 현실이 되었다.

100년만의 물폭탄, 관측이래 최저기온, 라인강이 말랐다. 중국 호수가 말라 600년전 유적이 발견되었다. 이탈리아 가뭄으로 2000년전 로마군 진지가 발견되었다. 등등 올해 국내외에서 발생한 홍수와 가뭄 등 뉴스만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이런데.. 실제로는 더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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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따른 위기와 기회가 이제는 진짜 현실이 되었다. 기후변화는 당연히 우리 생활의 변화로 귀결된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반드시 언급하고 넘어가야 되는 것이.. 100년만에 물폭탄이건.. 기상관측 이래 8월 아침 최저기온이건 간에.. 대한민국은 년교차가 무려 섭씨 70도나 되는 나라(2001년 철원 -29도, 2018년 홍천 41도) 이기에.. 세계적 수준에서 기후변화가 생기더라도.. 우리는 상대적으로 역체감이 심하지 않다.. 게다가.. 봄에는 황사, 여름에는 국지성 폭우와 장마, 틈틈히 남부지방의 극심한 가뭄, 가을에는 태풍, 겨울에는 시베리아 제트까지..
정말로 지진 빼고는 다 겪는 나라인지라 대한민국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대해서 만큼은 전세계 그 어떤 나라와 민족에 비해서도 둔감할 수 밖에 없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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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기후변화는 결국 지구 인류의 삶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라고 쓰고 지구 온난화라고 읽어야 되는데 일단 유럽부터 시작하자면 얼마전 영국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으로 비상이라는 뉴스를 보았을 것이다. 참고로 영국의 에어컨 보급율은 5%에 불과하다고 한다. 정말.. 힘들겠다..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그리스, 독일, 이탈리아, 불가리아와 발칸반도는 연이은 산불로 국가비상사태까지 선언했다. 독일은 현재 가뭄으로 자연운하라 할 수 있는 라인강 수위가 30센티까지 떨어지면서 내륙 운송 문제도 발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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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가장 심하지만. 추세를 살펴보면 유럽의 산불은 매년 증가하고 있었고 가뭄도 해를 건너건너 그 피해가 심해지고 있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2년 뒤에 올해보다 더 심한 가뭄과 더 큰 산불이 생길꺼라고 이젠 자연스럽게 확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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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유럽은 지금 진짜로 기후변화로 인해 생존의 위기가 다가오는 중이다. 유럽에서 숲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의미가 크다. 유럽은 여전히 농업이 중요한 산업이다. 특히 임업이 중요한데 오랫동안 잘 보존된 산림 덕분에 유럽은 가구 산업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중이다. 좋은 가구는 유럽 나무로 여전히 유럽에서 만들어진다. IKEA 하나로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해도 될 만큼 유럽에게 있어서 산림은 중요한 자원인데 이 자원인 산림이 불에 타기 시작한 것이다. 산이 불에 타면 너무 당연하게도 해당 면적만큼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분해해 줄 나무와 풀이 사라진다. 그리고 타버린 나무들은 탄소가 되어 대기를 채우고 온난화를 가속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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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라고 쓰고 온난화로 읽으면 허리케인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은 허리케인으로 인해 멕시코만 주민들을 이주시킬 생각을 하고 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의한 피해는 지금도 모두가 기억한다. 한쪽에 뜨거운 바람이 불면 다른쪽은 차가운 바람이 분다고.. 저 북쪽 추운 알래스카 해안 지역은 겨울 폭풍이 심해져서 역시 인구를 이주시킬 생각을 하고 있다고. 추가로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은 오늘도 상승 중이고 투발루와 몰디브는 곧 수몰되서 2090년쯤엔 국가가 사라질 예정이다. 70년 남았다. 내 생에 보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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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온난화의 덕을 보는 국가도 있다. 기후변화는 어딘가에게는 위기지만 어딘가에게는 기회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나라가 실은 러시아다. 러시아는 시베리아로 대표되는 추운 나란데 올해 여름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는 낮 최고기온이 무려 31도를 기록하고만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나라지만 사실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가로로 긴 나라라고 해야 옳다. 국토의 대부분이 동토라서 추워서 쓸모가 없다.. 대부분의 주요 도시들은 남쪽 국경 근처에 자리잡고 있는데 올라가봐야 추워서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대부분이라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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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얼마전까지 얘기다. 현재 러시아는 기후 변화로 인해 사람이 살기 어려웠던 지역들이 조금씩 살 수 있거나 또는 개발 가능한 곳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물론 여전히 겨울은 혹독하게 춥다.) 추워서 사람이 지낼 수 없기에 개발할 수 없던 곳에서 새로운 유전과 가스정을 발견하기도 하고 농사를 지을 수 없던 곳에서 농사를 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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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렇게 상대적으로 환경이 좋아지고 있지만 러시아는 푸틴이라는 독재자가 국가의 자원을 독점하고 장기 집권을 한 덕분에 G2의 자리를 중국에게 넘겨주고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인구가 줄어든지 좀 됐다. 우리보다 먼저 인구감소를 경험하는 중이다. 줄어든 인구는 자연스럽게 국력의 감소로 이어진다. 지금은 호기롭게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이지만 확인된 러시아 전사자만 이미 6만명이 넘는다. 정규군이 90만명인데 6개월만에 정규군의 6.7%를 잃은 것이다. 전쟁 얘기는 따로 할꺼라서 여기서 줄이고, 그렇잖아도 인구가 줄고 있는 러시아인데 온난화로 개발해야 될 땅으로 이주해야 될 젊은 인구를 전쟁으로 소비하고 있다니.. (덤으로 징병될까봐 러시아를 탈출한 젊은이가 50만명이 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과연 러시아는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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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유로 미국은 소리소문없이 알래스카에 대한 개발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알래스카의 서쪽 지역 "프루도 베이" 유전처럼 해안평야에서 새로운 유전이 오늘도 발견되고 있다. 더 이상 알래스카는 에스키모와 이글루만 있던 곳이 아니라 점점 더 사람이 살만한 지역과 자원이 발견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위에 적었듯이 해안가 겨울 폭풍이 심해져 이주를 고려하는 지역도 적지 않지만) 캐나다도 마찮가지다. 미국과 국경이 인접한 도시 위주로 발전하던 캐나다 역시 온난화의 덕을 보고 있는데 전통으로 밀 생산을 많이 하는 위니펙을 중심으로 밀 농사 지역을 계속해서 늘려가는 중이다. 세계 밀 생산은 중국, 인도, 러시아 순서인데 캐나다가 조만간 이 순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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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유럽은 기후변화로 인해서 재해를 넘어 재앙으로 가고 있는데 러시아, 캐나다는 해피해피 하다. 안타깝게도 두 나라 정도를 제외하면 기후변화로 뭘 더 얻은 나라가 별로 없다. 유럽이 특히 피해가 크다. 덕분에 유럽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탈탄소 사회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여전히 거대 소비시장으로서 유럽은 탈탄소 제품과 탈탄소 기반의 에너지와 탈탄소 기반의 서비스를 전세계에 요구하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탈탄소를 위한 생산기술의 고도화를 요구하고 이런 기술을 확보한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게 되는 순환구조를 만든다. RE100 같은 구호를 개인이 알아야 되냐 마냐가 문제가 아니라 기업과 국가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친환경, 탈탄소로의 변화는 그냥 무조건 해야되는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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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생존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이를 포기할 수가 없다. 그간 오직 발전과 패권에만 열을 올리던 중국은 그런거 전부 무시하고 오늘도 호주산 석탄 싸그리 때려 모아서 태우고 태우고 있지만 최악의 스모그 몇년 겪고 나더니 조금은 자제하는 분위기랄까.. 올해 미칠듯한 가뭄까지 얻어 맞았으니 중국도 본격적인 탈탄소 사회로 변화하기 위한 노력에 가속을 더해주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