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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군비 확장의 시대가 되었다.

냉전때 미국과 영국은 국방비로 GDP의 5% 정도를 지출했는데 당시 공산권 국가들은 평균 10%를 지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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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 이후 체제 경쟁의 승자가 된 미국과 유럽은 더 이상 군비를 늘릴 필요가 없었다. (물론 절대 금액은 계속 커지고 있다. GDP대비 지출을 줄였다는 의미다) 2000년대부터 주요국의 GDP대비 국방비 지출 비율은 계속 줄어서 작년(2021년) 기준 미국이 3.3% 영국이 2%, 프랑스가 2.1%, 독일은 1.2%, 일본 1% 수준으로 지출하고 있었고 중국은 1.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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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비율이 큰 나라를 보면 이번에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가 3년 연속으로 군비를 증액해서 무려 GDP 대비 4.1%를 지출했고 중동의 화약고 이스라엘은 5.2%를 지출하고 있다. 이스라엘 주변의 사우디는 8%로 중동국가들은 대부분 5~8% 정도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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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GDP대비 평균 3.3% 수준의 국방비를 매년 쓰고 있는데 미국의 경제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저 3.3%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8,100억 달러 (년간 1,080조원)가 넘는다. 인터넷에서 미국을 천조국이라 부르는데 이 국방비 규모에서 기인한 밈이다. 중국이 다리 째가면서 따라잡는 중인데.. 2,930억 달러까지 늘렸지만 여전히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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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현재 1.9%를 지출하는 중국이 미국처럼 3.3%를 지출 할 수 있을 것이냐고 묻는다면.. 이거 어렵다가 아니라 못한다라고 단언할 수 있다. 총액으로 계산하면 쉬운데 중국이 미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국방비를 증액하려면 3.3%가 아니라 6.6%까지 올려야 미국과 동일한 금액 수준이 된다. 진짜 미국과 붙어볼 수준으로 가려면 동일 수준의 지출을 유지하면서 최소한 10년 정도는 미국과 같은 5세대 무기들을 채워넣어야 되는데.. 이건 중국이 내치를 포기하고 '나 전쟁할꺼야'라고 달려들어야만 가능한 규모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여전히 미국의 규모는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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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돌려서 우리 대한민국은 2.6%를 지출 중이고 북쪽의 형제는 무려 26%를 국방비로 쓰고 있다.. 이러니.. 나라가 발전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북한이 안어울리게 왜 평화를 떠드는지 저 국방비 비중을 보면 가슴 한구석이 아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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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들이야 더 디테일한 출처 페이지들까지 줄줄 꽤고 있겠지만 일반인들이 이 숫자를 접할 일은 많지 않다. 이 군비라는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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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군대를 경제적 관점에서 보자면 군대는 근본적으로 비생산 조직이다. 국가의 자주적 주권을 유지하고 영토를 수호하며 국민들의 대외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써야 하는 필수 "지출"인 샘이다. 즉 모든 국가는 국방비 만큼의 국가 발전 기회 비용을 잃고 있다고 보면 된다. 독일을 예로 들면 통일 독일은 통일 비용 부담 때문에 국가가 거덜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으나 동서독이 합쳐지면서 상대적으로 줄어든 국방비가 통일 비용보다 싸게 먹혔다. 그 덕에 독일은 오늘 현재 유로존의 맹주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동서독 모두 상호 견제를 위해 5%가 넘는 국방비를 쓰다가 이 비율이 1.2%까지 줄어들면서 매년 4%의 잉여 예산을 국가 발전과 복지에 투자할 수 있었다. 사실 이 비율은 NATO덕분에 서유럽 전체가 비슷한 수준으로 줄었는데 21세기 서유럽은 이 평화의 과실을 정말로 충실히 누렸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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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뿐 아니라 2000년대 이후 지난 20년간 전세계가 전쟁의 위협에서 비교적 안전한 시대를 살았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몇몇 전쟁이 있었으나 주로 중동에서 벌어졌고 이 전쟁이 확전될 것이라 생각하는 이도 거의 없었다. 20세기에만 두번의 세계대전을 거친 인류는 일본에 떨어뜨린 핵무기의 위력 앞에 다음에 다시 싸우게 되면 그땐 우리 모두가 공멸하겠구나라는 생각에 이르면서 가급적 전면전을 피하는 방향으로 변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계 1위의 초강대국 미국에게 평화 유지라는 임무를 맡기고 우리는 잘먹고 잘사는데 집중하자라는 실리주의가 비교적 잘 동작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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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뜻밖에 전세계 공산품 생산기지로나 쓰자고 키웠던 중국이 30년 연속 무지막지한 경제 성장을 이뤄내고, 미국 다음으로 많은 에너지 소비국으로 등극하면서부터 세계 질서에 변화가 발생한다. 전세계에 저렴한 공산품을 제공하기 위해 중국은 거꾸로 전세계로부터 생산을 위한 온갖 원자재와 에너지를 사들이기 시작한다. 이 덕분에 OPEC은 미국외에 중국이라는 거대 에너지 소비국을 고객으로 확보하게 되었고 달러외에 위엔화도 받을까 말까를 고민하게 만들 정도로 중국은 산유국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석유 뿐 아니라 전세계 주요 자원 수출국들에게도 중국은 주요 고객으로 자리를 하게 된다. 물건 만드는데 석유만 필요한게 아니지 않은가. 동남아와 아프리카에 이르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은 이런 중국의 엄청난 소비력이 바탕에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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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미국은 이런 중국의 발전을 그동안 겉으로는 견제하면서도 뒤로는 밀어줬다. 중국의 30년 고속성장은 사실 금융기업, 특히 자본주의 끝판왕 미국의 금융기업 입장에서 일본 이후 가장 빠르고 거대하게 성장하는 기회데 이걸 그냥 두는게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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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어디까지나 이건 자본의 관점이고 군사적 관점에서 볼 때도 중국의 성장이 미국입장에서 마냥 마이너스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미국은 군사적으로 전세계에 개입하기 위해서 좌로는 태평양, 우로는 대서양을 건너야 하는데. 소련이 무너진 이후 공산권 국가로 남아 있는 지역들을 견제하고 소련이 다시 크지 못하게 눌러놓기 위해서라도 아시아에 러시아를 견제할 새로운 군사력이 필요했다. 동시에 가능하다면 미국의 자원과 자금을 최대한 덜 사용하면 더욱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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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미국은 중국을 키워 러시아를 견제하고 일본과 한국의 사례처럼 경제가 성장한 중국이 스스로 민주화 되는 그림을 그리려던 것으로 보이는데.. 안타깝게도 이런 미국의 계획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라는 기술 발전 앞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중국 공산당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내부 통제력을 확보하게 되었고 인민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면서 동시에 민족주의를 강화하고 선동하는데 성공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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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여러방면의 고민 끝에 칩4 동맹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특히 군사적 측면에서 전력의 비대칭을 유지하고 이 간극을 확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레버리지 포인트가 반도체란 것을 간파한 것이다. 칩4 동맹은 중국이 메모리, 비메모리 분야에서 더 이상의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또는 가지더라도 미국과 일정 수준의 격차가 유지되도록 하기 위한 노골적이고 적대적인 견제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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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여전히 미국은 중국이 공산품을 공급하는 세계의 공장으로서 역할을 해주길 바라면서 동시에 내 위로 올라갈 생각은 접으라는 메세지를 중국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몇일전 낸시 팰로시 하원의장이 일본과 한국과 대만을 다녀감으로서 대놓고 중국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도 팰로시 의장의 비행기가 대만에 들어갈 경우 대만에 대한 최후통첩을 운운하기까지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은 이 반도체가 현대 무기체계를 유지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진짜로 미국을 막겠다고 전투력을 대만에 파병했다가는 중국은 TSMC를 잃게 될 것이고 중국의 첨단 산업은 한순간에 원시시대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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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얘기하느라 러시아, 우크라이나 얘기는 손도 못댔는데.. 짦게 언급하자면 이유가 뭐건 간에 이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당장 전유럽을 긴장시켰고 독일부터 당장 2%의 군비를 지출하겠다고 선언했으며 2차 대전 소련의 침공지였던 폴란드는 당장 사용할 무기가 필요하다며 25조원 어치의 대한민국 무기를 사들이기 시작했고 이들 무기를 당장 운용해야 한다면서 교육받을 군인들을 한국에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얼마나 다급한지 매일 매일 뉴스가 갱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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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도 1천억 유로. 134조원의 국방비를 승인했고 유럽 전체가 국방비를 GDP의 2%까지 인상하면 그 총액은 300조원에 이른다. 유럽이 이렇게 늘리면 다른 나라는 가만 있을까? 전세계의 군사적 긴장도는 증가하고 서로 뒤지지 않을만큼 국방비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정해진 순서가 된다. 미국에겐 아마도 우방국들에게 자국의 첨단 무기를 팔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고 미국 무기체계의 하위호환이자 미사일 분야에서는 러시아 호환인 한국에게는 반도체 이후 새로운 수출산업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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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산업분야만 따로 한참 떠들어야 할만큼 지금 세계는 새로운 형태의 군비경쟁체제로 진입하는 중이다. 미국은 비대칭 전력으로, 대한민국은 가성비 전력을 앞세워 이 바뀐 세상에서 각자의 이익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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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좀 똘똘하게 미국한테 줄꺼 주고 받을꺼 받는 네고를 잘해야 되는데.. 그냥 미국님이 다 해주실꺼야라고 생각했다간.. 일본 꼴 날 것이다.